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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칼럼] '편법' 대신 '원칙'을 지켜라 | ||||||
2008-06-05 오후 1:19: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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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그제 오전만 해도, 미국에 30개월이 넘은 쇠고기 수출 중단을 요청하겠다고 발표했다.
난 지금도 정 장관의 말을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사이에 검역 기준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이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정 장관의 발언은 애초 합의한 것과는 다른 요구를 미국에게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수많은 부상자의 희생과 국민의 직접 행동의 성과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까지 들리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장관은 자신의 발언에 합당한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고 있다. 특히 그가 미국 수출업자들의 답신도 미국 정부의 답신으로 간주하겠다고 나선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이러다간, 정 장관이, 미국 수출업자가 거래처인 한국 수입업자 사무실에 보내는 팩스도 한국 정부에 보낸 답신으로 간주하겠다고 할까 염려된다.
지금 들리는 이야기로는 한국의 수입업자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기로 자율 결의를 하고, 미국의 수출업자들은 제품에 30개월령 표시를 하는 식이라고 한다. 물론 여기에다 미국의 수출업자들이 자신의 거래처인 한국 수입업자 사무실에 팩스를 보내어 우선 30개월 이하 물량만 선적하겠다고 통지하는 것도 곁들여질 것 같다.
정 장관은 이렇게 해 놓고선,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는 고시는 그냥 그대로 공고한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다. 한국의 공권력이 이렇게까지 추락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쇠고기 수입 업자들이 도대체 누구인가? 그들은 자신이 수입한 미국산 쇠고기를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지체 없이 국가에게 제출하여 국가가 정한 위생 검역 기준 준수 여부를 판단 받아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농림부 장관은 누구인가? 그는 자신이 공고한 고시대로 검역 행정을 집행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공권력이 하겠다는 것은, 장관은 30개월령이 넘는 쇠고기를 수입해도 좋다는 고시를 하고, 뒤로는 이 고시대로 수입하지 말라고 수입업자들을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신문> 보도를 보면, 정 장관은 자율 규제를 위반한 물량에 대해 검역을 중단하고 반송하거나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공고한 검역 기준을 지킨 합격품이라도 민간자율규제에 어긋나는 경우 합격을 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법률가로서, 나는 과연 정 장관이 이 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었을까 의문이다.
아무리 그 의도나 목적이 좋더라도, 공무원이 법령을 위반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는 있
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정 장관의 발언은 국제통상법적으로도 매우 경솔하다. 왜냐하면 그의 발언은 한국 정부가 세계
무역기구 긴급수입제한조치 협정이 금지하고 있는 강제적인 수입카르텔(compulsory import! cartel),
혹은 수입 감시(import! surveillance)를 검역이라는 행정수단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정부를 믿기가 왜 이다지도 어려운가? 불과 이틀 전에는 "VER"이니, "VRA"이니, 국민들이 평소
듣지도 못한 통상법적 용어를 써 가며, 마치 무슨 실효성 있는 '수출' 자율 규제를 추진하는 것처럼 하
더니, 이제는 수출이라는 말은 쏙 빼고, 민간 자율 규제로 말을 바꾼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한국의 공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의 문제를 수입업자의 손에 넘기는
문제점을 익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간단히 몇 가지 법률적 하자만을 지적하는 것으로 끝맺
겠다.
첫째, 정 장관이 주도하는 자율 수입 규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다. 자율 수입 규제는 본
질상 한미자유무역협정 8장에서 인정하는 적법한 위생 검역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 국제규정에서
인정하는 위생 검역 조치(measures)란, 법률(laws), 법령(decrees), 규정(regulations), 요건
(requirements) 및 절차(requirements)를 의미하며, 여기에는 수입업자들의 자율 규제는 포함되지 않
는다.
오히려 정 장관이 공고하겠다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 허용이 위생 검역 조치에 해당한다.
한미 FTA는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그 어떠한 형태의 수입 제
한도 금지하고 있다.
정 장관이 주도하는 수입 자율 규제는 국가가 개입해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하는
수입 제한으로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다음과 같이 금지하는 수입 제한에 해당한다.
(참고로, 위 표에서의 가트 11조는 식품 부족 사태 시 수출 제한 등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쇠고기 자율 규제는 해당사항이 없다.) 또 정 장관이 주도하는 자율 규제는 세계무역기구 긴급 수입 제한 조치 협정(11조 강제적 수입 카르텔 금지)과 농업 협정(4조 일체의 비관세 조치 철폐)을 위반하는 것으로서,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1.2조(세계무역기구협정과의 관계), 24.3조(세계무역기구 협정 통합)에 따라, 한미 FTA 위반이 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유통업에 투자한 미국인이 한국 정부가 고시한 대로 30개월인 넘는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면, 한국 정부가 이를 막을 길이 없다. 만일 막는다면, 한국 정부는 공정한 대우 위반(한미 FTA 11.5조)으로 국제중재에 회부될 것이다. 둘째, 한국수입육협의회의 자율 규제는 그 방식에 따라서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 나는 결코 이 협의회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과 명예에 대해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누구라도 정당한 직업의 자유는 보장받아야 한다. 단지 나는 이 협의회가 자율 결의를 통하여 소속 사업자에게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사실상 금지하려는 한다면, 그 구체적 방식에 따라서는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려 할 뿐이다. 그리고 설령 이를 농림부 장관이 유도하였다고 하더라도 단지 그 사유만으로는 면책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려 할 뿐이다. 공정거래법 제 19조는 다음과 같이 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만일 사업자 단체가 이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그 단체의 책임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제 66조).
더욱이 위 조문의 5항은 아예 다음과 같이 부당한 공동행위가 성립했음을 쉽게 추정해 주는 조항까지 두고 있다.
그러므로 법률가로서, 위 협의회를 위해, 최소한 공정거래위원회에 미리 물어보고 행동할 것을 권해 드리고 싶다. 셋째, 정 장관의 자율적 수입 규제 유도 행위는 '대외무역법' 위반이다. 정 장관이 수입 자율 규제를 주도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 행위이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는 자율적 수입 규제를 정당화할 조항이 없다. 그리고 인간의 생명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검역조치가 아닌 수입 제한을 하기 위해서는 '대외무역법'상 지식경제부 장관이 적법 절차를 거쳐 진행해야 한다. 지식경제부 장관이 사실 조사-상대국과의 협의-특별조치 공고의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대외무역법 시행령 제6조). 지금 정 장관은 대외무역법을 위반하고 있다. 아마 정 장관은 자신의 행동이 적법한 행정지도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행정절차법'은 행정지도의 상대방이 행정지도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불이익한 조치를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48조). 정 장관이 민간 자율 결의에 따르지 않고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한 자에 대하여 검역중단을 하겠다는 것은 '행정절차법' 위반이다. 더욱이 한국은 이미 20년 전인 1987년 7월 1일부터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대외무역법' 체제에 돌입했다. 한국서는 누구나 무역업에 종사할 수 있으며, 누구나 농림부 장관에게 신고만 하면 판매를 목적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 수 있다. 이처럼 다수에게 정 장관이 행정지도를 하려면, 행정지도 사항을 공표하지 않으면 안 된다(제 51조). |
송기호/변호사·조선대법대 겸임교수 |
송기호 교수님이 쓰신 칼럼에
어떤 분이 이렇게 길게 답글을 적어 놓았더라고요.^^
공감이 되어서 답글까지 퍼왔습니다.
한번 읽어보십시오.
추천은 제가 했습니다.
ㅎㅎㅎㅎㅎ
편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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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경상도 말로 한마디 하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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