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해 겨울은 일찍 와서 오래 머물렀다.
그해 겨울은 왜? 춥고도 따뜻했나?
부딪쳐서 싸우거나 피해서 버티거나 맞아들여서 숙이거나 간에
외줄기 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터..
[본문 중]
47일 동안 성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나는 아무 편도 아니다.
나는 다만 고통 받는 자들의 편이다.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한 권의 책을 다 읽고서야 알았다.
아무 편......
여기서 아무 편이란,
척화도 주화도 아니다 라는 것이다.
그러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다만, 고통 받는 자.
병자호란.
병자호란의 전략은
전략이 없는 것이 전략이다.
책임도, 원인분석도, 아무 것도 없었다.
다만, 그저 인조 임금의
"나는 살고자 한다. 그것이 나의 뜻이다. "
그 한마디만 머릿속에 맴돌 뿐이다.
청태종이 심양에서 압록강을 건너 송파강에 당도할 때까지
조선의 누런 개들만이 낯선 행군대열을 향해 짖어 댈 뿐,
조선 군대는 단 한 번도 얼씬거리지 않았다고 하니,
맞겠다는 것인지 돌아서겠다는 것인지,
싸우겠다는 것인지 달아나겠다는 것인지,
지키겠다는 것인지 내주겠다는 것인지,
버티겠다는 것인지 주저앉겠다는 것인지,
따르겠다는 것인지 거스르겠다는 것인지,
금세기의 나도 의심스럽다.
무엇이 치욕이고, 무엇이 자존인가!
고통 받는 자.
동상이 짓물러서 다리를 저는 자.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서 총을 쥐지 못하는 자.
정조를 유린당한 부녀.
언 강에 던져진 어린아이.....
역사는 축척된다.
과거 속에 현재가 녹아있고, 현재 속에 미래가 보인다.
지금, 쇠고기 수입은 병자호란을 방불케 한다.








부수기보다 스스로 부서져야 새로워질 수 있겠구나.
이 문장은 청태종이 본문 중에 한 말이다.
나는 김훈님의 남한산성이라는 책을 읽으며 자꾸만 자꾸만
현실과 과거가 다르지 않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험지와 답안지를 같이 받아 놓고 시험을 치는 기분이었다.
어느 시대에나 충신과 간신, 더 나아가 매국노는 존재한다.
모든 것을 잃은 자는 두려운 것이 없다고 했다.
더 잃을 것이 없으니 두려울 것이 없다.
백성들이 통곡할 때, 나도 통곡했고, 임금이 성을 나설 때,
서문 앞에 모인 사대부와 궁녀와 한 몸이 되어 나도 꺼이꺼이 울었다.
임금이 청태종에게 삼배구고두(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찧는 일) 할 때,
조선의 기녀는 웃으며 춤을 추었지만,
나는 그 웃음을 생각하며, 애한의 눈물을 흘렸다.
누구를 위한, 누구를 위해, 왜?
쇠고기를 수입하려 하는가?
국민이 먹고 싶지 않다고 한다.
국민이 싫다고 한다.
헌데, 왜? 해야만 하는가?
고통의 정당성을 얘기하는 것이다.
병자호란과 한치 다를 바가 없다.
고통받는 자의 댓가는?
과연, 고통받는 자의 댓가는 무엇인가!!!
책을 읽고 가슴이 저려 한동안 우리나라가 슬펐다.
ps.
말아먹지 말자.
말아먹다간 체한다.
천천히 한 숟가락씩 떠먹자.
비벼먹지 말자.
비벼먹다간 맥힌다.
한 숟가락에 반찬 한 가지 올려서 꼭꼭 씹어 먹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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